2015년 8월 9일 일요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지식소매상'을 자처하는 유시민씨가 대학생들에게 전하는 말. 사실 (성공했다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얘기,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얘기한다.

왜 그럴까? 

개인적으로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아도 똑같은 성공을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거나,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판검사, 의사가 되라는 뻔한 소리를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운칠기삼으로 퉁칠 수도 없지 않은가?

각자의 환경에서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검사, 경찰, 조폭이 나오는 영화 '부당거래'를 감명깊게 본 나로서는 운빨에 무게를 두고 싶지만(..)


결국 노력, 의지와 같은 가장 일반적인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조언은 개인적인 경험과 맞물려 들어볼만한 듯하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난 공부도 별로고 그렇다고 운동을 잘하는 것도 아닌 정말 존재감 없는 학생이었다. 대학교를 들어간 뒤에도 여전히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은 커녕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조차 없는 '먹고 대학생(요즘도 이런 표현 쓰나?)'이었고.

권총을 3개나 찬 후 군대를 가게 될 때까지도 아무런 걱정이 없었는데, 군대 갔다 오면 정신차리고 공부하게 된다는 선배들 말을 너무 믿었었나 보다. 그런데 복학 후 첫 학기에서 보란듯이 권총 2개를 차면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1학년 때 망나니처럼 함께 놀던 친구들이 복학 후 장학금까지 받는 걸 보면서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갈수록 전공(공돌이)에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졸업해봐야 사람 구실 못하겠다는 생각 끝에, 그리고 뭐든 잘 하는 걸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휴학을 했다.


그렇게 휴학 후 우연히 보게 된 (이건회 회장이 썼다는, '자식,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삼성 내부용으로 배포된) 책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책에는 CAD(Computer Aided Design)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가 많았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삼성 회장이 중요하다고 하니 배워놓으면 밥은 먹고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모아둔 알바비를 털어서 CAD 학원을 다니게 됐는데, 뭔가에 재미를 느끼고 빠져들었던 경험은 머리털 나고 그 때가 처음이었다. CAD도 재미있었지만 컴퓨터를 다룬다는 행위 자체가 나를 사로잡았던 것.

25년 동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었는데 그렇게 한 방에 찾게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반대일 수도 있고(..)

졸업 후 지금까지 컴퓨터로 밥벌이를 하게 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지겹거나, 고통스러운 순간은 꽤 자주 찾아왔으며, 내 선택에 대한 후회도 많이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만큼 지겨움이나 고통을 참고 견뎌내는 힘 또한 커지지 않나 싶다. 그나마 버티기 좀 수월해진다는 얘기.
포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성공하면 다 말이 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뻔한 소리지만, 이루고 싶은 게 있고 이룰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이 더해지면 버티는 힘이 강해지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보통은 좋아하는 것을 이루고 싶게 마련.

성공은 복불복

성공하는 방법,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안다면 그대로 행하면 되지만 그걸 아는, 또는 그걸 알아도 그대로 행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방법을 모른다거나, 알아도 행할 여건이 안된다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차선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찾냐고? (이게 제일 어려운 듯) 경험해보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직접 경험이든, 책이나 여행 등을 통한 간접 경험이든. (가성비는 책이 짱) 참고로 '지혜의 심리학'이란 책은 '적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오래 생각하기를 즐기는 분야... 실패했을 때 그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이 유난히 도전적이면서 발전적인 분야에 적성이 있다 (104 페이지)

나가며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까?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소신이나 신념같은 게 생기게 마련. 그런데 그런 소신이나 신념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재미 없어지는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일이 생긴다면 자신에게 한 번 더 물어보자. 진짜 좋아하는 일이 맞는지, 그 일에 대한 내 소신이나 신념은 과연 올바른지.

사실 돈 잘 버는 직업을 가진 다음,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는 게 제일 폼 난다. 프로그래밍이 취미인 의사, 멋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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