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0일 월요일

착각하는 CEO

'지금은 이 옷이 몸에 안맞지만 언제고 살을 빼면 잘 어울릴거야. 오늘은 실패했지만 내일은 성공할 거야. '

인간은 착각하는 동물이다. 착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낭패, 실망, 두려움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 결국 정신건강에,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간은 착각을 한다.

이 책은 인간이 자신 있어 하는 많은 관념들이 사실은 착각임을 밝히고, 조직 경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윤리를 강요하지 말고, 윤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 (성과를 강요하지 말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누워있는 신성한 암소를 쫓아내라 " 혼자서 하지마라

일사불란한 조직은 다른 측면에서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

상식을 깨는,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인 조직 경영론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읽고 나면 그동안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 이해되고, 나아갈 방향이 보이고, 절로 희망이 품어진다. 이대로만 하면 나를,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으리라.

매우 순진한 착각이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조직은 곧 인간이고, 인간은 수만 년 동안 자연선택을 통해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인간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싫어한다. 인간이 모인 조직 역시 마찬가지.

황금알 낳는 거위보다 황금 자체에 혹하고, 장기전략보다 단기전략을 선호하는 이유는 성과를 빨리, 그리고 쉽게 얻을 가능성이 높아보이기 때문인데, 단순히 그렇게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경험적으로, 직간접적으로 학습이 된 경우가 많다.

아는 범위에서, 하던대로,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행동을 거의 본능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타인(주로 상사, 오너)에게 보여주기도 쉽다.
세속적 지혜에 의하면 관례를 거슬러 성공하는 것보다 관례를 따르다 실패하는 쪽이 평판에 유리하다 - 운과 실력의 성공 방정식 (235페이지)

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이고 일을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가시성이 확보되기 때문. 결국 이 가시성이 문제다. 상사나 오너가 마음을 고쳐먹기전에 보여줘야만 자신의 생존이 보장되는 것이다.

지켜볼 때만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사람도, 조직도 쉽게 안 변한다

촌철살인의 대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삶의 어떤 순간에도 인간은 지금까지의 자신과 별다를 바 없는, 그런 인간이 될 존재

속된 말로 죽을 때 변한다고, 인간도, 조직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해법은 뭘까? 삼성 이건희처럼 자식,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권유가 아니라) 지시할 수 있는 최종보스가 되는 길 뿐인 듯하다.

확신을 가지고 시원하게 말아먹는 보스를 만나든, 심사숙고해서 마음을 바꾸는 (그래서 우유부단해 보이는) 보스를 만나든, 결국 보스 운빨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말아먹더라도 주로 과감한 보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능력있어 보이나 보다(..)

예전엔 밑으로부터의 혁신이 가능할거라 믿었는데, 나이 먹을수록 위로부터의 혁신이 아니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보고 혹시 상향식 혁신을 실천해보려는 분들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조언해 본다. 절대 혼자하지 말라고.

책에도 나와있다. 총대를 나눠 멜 동료를 구하라고.(99페이지) 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면 그냥 순응하든지, 최종보스가 되시라.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실수를 '능력 없음 '으로, 상급자에게 제기된 의문을 '불충 '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한 기업은 실수나 문제를 조용히 덮거나 위장하려고 한다. (120 페이지)

전문가들이 쉽게 말해주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쉽게 말하는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다 (482 페이지)

신뢰해야 할 전문가는 무언가를 잘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를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 (484 페이지)

불확실성이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의 양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인다. - 정보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50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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